Fast4Sewol-Chic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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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Fast4Sewol-Chicago

Description

오늘 단식을 하고계신 시카고 세사모 조민아님 단식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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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청문회 소식을 들으며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청문회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네요. 깊이깊이 묻어 두려했던 의혹들이 터져나오는 것은 좋은 징후라고 생각하려고요. 그치만 사생결단식 열엿새째를 맞고 있는 유가족들 사진을 보며 다시 마음 먹먹해집니다.
뜬금없지만 저희 공동체에 아흔두살 할머니 수녀님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할머니 수녀님께는 애물단지 사촌이 한사람 있어요. 이분도 여든 여섯이니 몸도 마음도 이미 많이 쇠약해지신 할아버지이지요. 평생을 힘겹게 살아오셨어요. 어렸을 때 항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한번도 치유를 경험하지 못한채 굴곡진 삶을 이어오셨대요. 이분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분이 우리 할머니 수녀님인데, 그 의지의 정도가 좀 지나치세요.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그것도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오시곤 해서 속좁고 참을성 없는 저는 이분의 전화는 아예 받지 않아요. 우리 할머니 수녀님은 매번 응답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꼭 30분 이상의 긴 통화를 하시곤 하죠. 매일 걸려오는 전화니 무어 새로울 소식이 있겠어요. 그런데도 늘 웃으며 다독이며 말씀을 나누세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얼마전부터 심장병을 얻으셔서 호흡이 힘든 상태시라네요. 그래도 여전히 걸려오는 하루 대여섯번의 전화. 숨을 헉헉대시면서도 수녀 사촌누님과 통화를 하세요. 이승에서의 삶이 충분히 고달팠으니, 당신은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하곤 한대요.
어제는 통화를 마치고 수녀님이 눈물을 글썽이세요. 건강이 더 안좋아졌냐고 여쭈었더니 그건 아니래요. 그런데 사촌이 그러더래요. “누님, 내가 아무리 형편 없이 살았다 해도 이거 하나만은 알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누님은 저를 정말로 사랑하셨다는 걸요." 순간 마음이 텅하고 내려 앉았어요. 단 한사람, 한사람만은 당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이 할아버지의 척박한 삶에 얼마나 큰 위로이며 축복일까요. 그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의 차이는 또 얼마나 큰가요.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우리가 그런 믿음을 드릴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외면과 오해와 멸시의 날들, 그래도 당신들을 끝까지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믿음이요. 자식을 잃고 난 후에도 무심하게 밝아 오는 아침과 저물어가는 저녁의 그 잔인함을 이겨나갈 수 있는 그런 믿음을, 우리가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Creator

Chicago Sesamo

Source

https://www.facebook.com/groups/sewolchicago/#

Publisher

Chicago Sesamo

Date

2016-09-02

Language

Korean

Coverage

Text Item Type Metadata

Text

오늘 단식을 하고계신 시카고 세사모 조민아님 단식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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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청문회 소식을 들으며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청문회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네요. 깊이깊이 묻어 두려했던 의혹들이 터져나오는 것은 좋은 징후라고 생각하려고요. 그치만 사생결단식 열엿새째를 맞고 있는 유가족들 사진을 보며 다시 마음 먹먹해집니다.
뜬금없지만 저희 공동체에 아흔두살 할머니 수녀님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할머니 수녀님께는 애물단지 사촌이 한사람 있어요. 이분도 여든 여섯이니 몸도 마음도 이미 많이 쇠약해지신 할아버지이지요. 평생을 힘겹게 살아오셨어요. 어렸을 때 항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한번도 치유를 경험하지 못한채 굴곡진 삶을 이어오셨대요. 이분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분이 우리 할머니 수녀님인데, 그 의지의 정도가 좀 지나치세요.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그것도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오시곤 해서 속좁고 참을성 없는 저는 이분의 전화는 아예 받지 않아요. 우리 할머니 수녀님은 매번 응답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꼭 30분 이상의 긴 통화를 하시곤 하죠. 매일 걸려오는 전화니 무어 새로울 소식이 있겠어요. 그런데도 늘 웃으며 다독이며 말씀을 나누세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얼마전부터 심장병을 얻으셔서 호흡이 힘든 상태시라네요. 그래도 여전히 걸려오는 하루 대여섯번의 전화. 숨을 헉헉대시면서도 수녀 사촌누님과 통화를 하세요. 이승에서의 삶이 충분히 고달팠으니, 당신은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하곤 한대요.
어제는 통화를 마치고 수녀님이 눈물을 글썽이세요. 건강이 더 안좋아졌냐고 여쭈었더니 그건 아니래요. 그런데 사촌이 그러더래요. “누님, 내가 아무리 형편 없이 살았다 해도 이거 하나만은 알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누님은 저를 정말로 사랑하셨다는 걸요." 순간 마음이 텅하고 내려 앉았어요. 단 한사람, 한사람만은 당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이 할아버지의 척박한 삶에 얼마나 큰 위로이며 축복일까요. 그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의 차이는 또 얼마나 큰가요.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우리가 그런 믿음을 드릴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외면과 오해와 멸시의 날들, 그래도 당신들을 끝까지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믿음이요. 자식을 잃고 난 후에도 무심하게 밝아 오는 아침과 저물어가는 저녁의 그 잔인함을 이겨나갈 수 있는 그런 믿음을, 우리가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Citation

Chicago Sesamo , “Fast4Sewol-Chicago,” activediaspora, accessed June 29, 2024, http://gamma.library.temple.edu/activediaspora/items/show/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