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eting for the justice of Sewol F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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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Picketing for the justice of Sewol Ferry
Description
미시간 세사모 (Sewolmichigan), 세월호 10월 정기 집회 후기:
10월 세번째 토요일, 다사로운 주말 오후, 미시간 대학교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정기집회가 있었습니다.
봄꽃보다 어여쁜 단풍들이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하늘은 파랗게 높고 많은 사람들이 오갑니다. 아이들을 잃은 것은 봄인데 900일이 넘게 지난 무심한 오늘은 가을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오늘을 준비합니다. 제일 먼저 하게 되는 것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둥근 벽에 붙이는일, 채 물들지 못하고 세찬 비에 떨어져 버린 여린 잎같은 얼굴들이 모여 있는 포스터를 펼치면 그 사이 더 커진 슬픔이 쏟아집니다.
손바닥으로 그 얼굴들을 만져봅니다. 큰 숨을 내쉬고 오늘 우리가 왜 모였는지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노란 우산을 손에 듭니다. 탁! 노란 우산이 펼쳐지면 아픈 마음을 가진 이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함께 비를 맞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900일이 넘어 시간이 흘러가고 있고 백남기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매일인 요즘, 우리는 서로가 되어갑니다.
우리는 영문을 모르고 바다에 가라앉은 아이들이며 자식의 영정을 들고도 장례를 치르지 못한 부모이고 백남기 입니다. 여기가 팽목항 입니다. 여기가 종각 입니다. 이 참혹한 우울을 함께 짊어지고 우정으로 나아갑니다. 서럽고 억울한 '그대'가 바로 '나' 이니까요. 아프고 외로운 '내'가 바로 '그대' 이니까요.
많은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유가족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를 보냅니다.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촉구합니다. 고심해서 적은 내용은 유가족에게, 한국에서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 광화문에 들렀다는 이야기를하며 반가워 합니다.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꼭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는, 그리고 수고하신다는 한마디도 덧붙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자신이 적은 메세지를 들고 그 사진기 앞에 선 사람도 울컥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수고한다고 격려하고 또 미안해 합니다.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잔인한 이 세월.
사랑하는 가족을 국가폭력에 잃은 사람들이 도리어 죄인이 되는 역사, 살아남아 증인이 되려 죽을 힘을 다해 버티는 사람에게 쏟아지는 의심과 무신경한 질문들.
이 모든 것들이 낯설지는 않습니다.
얼른 잊어버리라는 압박과 함께 이렇게 요구합니다.
현재에 눈감고 앞만 보고 뛰어라.
생각하지 마.
가만히 있어.
그 암흑같은 주술을 뚫고, 살아있는 인간임을 보여주는 몸짓인 우정과 연대, 바로 그것이 우리가 모이는 이유이고 계속 모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카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페스트’에서 디스토피아에 대항해 싸우는 의사 리유에게 동지가 묻습니다. 우리가 이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라고.
주인공은 답합니다.
"우리는 패배할 겁니다. 하지만, 이 끝없는 싸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절대로요."
그래, 항상 지는 싸움이라 더 포기할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포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싸움 그 자체이기 때문에, 도망가지 않는 것이 우리 싸움의 전부이기 때문에.
미시간 세사모
Rosa Lee
Saturday, October 15th, 2016.
320 S. State St.
Ann Arbor, MI 48104
(University of Michigan)
10월 세번째 토요일, 다사로운 주말 오후, 미시간 대학교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정기집회가 있었습니다.
봄꽃보다 어여쁜 단풍들이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하늘은 파랗게 높고 많은 사람들이 오갑니다. 아이들을 잃은 것은 봄인데 900일이 넘게 지난 무심한 오늘은 가을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오늘을 준비합니다. 제일 먼저 하게 되는 것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둥근 벽에 붙이는일, 채 물들지 못하고 세찬 비에 떨어져 버린 여린 잎같은 얼굴들이 모여 있는 포스터를 펼치면 그 사이 더 커진 슬픔이 쏟아집니다.
손바닥으로 그 얼굴들을 만져봅니다. 큰 숨을 내쉬고 오늘 우리가 왜 모였는지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노란 우산을 손에 듭니다. 탁! 노란 우산이 펼쳐지면 아픈 마음을 가진 이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함께 비를 맞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900일이 넘어 시간이 흘러가고 있고 백남기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매일인 요즘, 우리는 서로가 되어갑니다.
우리는 영문을 모르고 바다에 가라앉은 아이들이며 자식의 영정을 들고도 장례를 치르지 못한 부모이고 백남기 입니다. 여기가 팽목항 입니다. 여기가 종각 입니다. 이 참혹한 우울을 함께 짊어지고 우정으로 나아갑니다. 서럽고 억울한 '그대'가 바로 '나' 이니까요. 아프고 외로운 '내'가 바로 '그대' 이니까요.
많은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유가족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를 보냅니다.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촉구합니다. 고심해서 적은 내용은 유가족에게, 한국에서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 광화문에 들렀다는 이야기를하며 반가워 합니다.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꼭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는, 그리고 수고하신다는 한마디도 덧붙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자신이 적은 메세지를 들고 그 사진기 앞에 선 사람도 울컥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수고한다고 격려하고 또 미안해 합니다.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잔인한 이 세월.
사랑하는 가족을 국가폭력에 잃은 사람들이 도리어 죄인이 되는 역사, 살아남아 증인이 되려 죽을 힘을 다해 버티는 사람에게 쏟아지는 의심과 무신경한 질문들.
이 모든 것들이 낯설지는 않습니다.
얼른 잊어버리라는 압박과 함께 이렇게 요구합니다.
현재에 눈감고 앞만 보고 뛰어라.
생각하지 마.
가만히 있어.
그 암흑같은 주술을 뚫고, 살아있는 인간임을 보여주는 몸짓인 우정과 연대, 바로 그것이 우리가 모이는 이유이고 계속 모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카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페스트’에서 디스토피아에 대항해 싸우는 의사 리유에게 동지가 묻습니다. 우리가 이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라고.
주인공은 답합니다.
"우리는 패배할 겁니다. 하지만, 이 끝없는 싸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절대로요."
그래, 항상 지는 싸움이라 더 포기할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포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싸움 그 자체이기 때문에, 도망가지 않는 것이 우리 싸움의 전부이기 때문에.
미시간 세사모
Rosa Lee
Saturday, October 15th, 2016.
320 S. State St.
Ann Arbor, MI 48104
(University of Michigan)
Creator
Sewol Michigan
Source
https://www.facebook.com/sewolmichigan/photos/pcb.327390587624717/327389097624866/?type=3
Publisher
Sewol Michigan
Date
2016-10-15
Language
Korean
Coverage
Files
Collection
Citation
Sewol Michigan , “Picketing for the justice of Sewol Ferry,” activediaspora, accessed June 26, 2024, http://gamma.library.temple.edu/activediaspora/items/show/417.